3세 이전 아이의 거짓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느 날, 두 살이 갓 지난 아이가 초콜릿을 먹고는 먹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실수로 물을 쏟아놓고 동생이 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마주하신 적이 한두번은 다들 있으실 겁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순간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벌써 거짓말을 하는건지, 아이에게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말은 성인이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기 위해 하는 도덕적 판단이 개입된 거짓말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특히 3세 이전의 아이가 보이는 거짓말처럼 보이는 말은 초기 사회성 발달, 자아 개념의 형성, 감정 조절 능력의 시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3세 이전 아이의 거짓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이면에 담긴 발달적 의미는 무엇인지, 부모님이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사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한 시기
3세 이전 아이들의 인지 발달은 여전히 자기 중심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타인의 시각을 명확히 이해하거나 구분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외부 세계에 그대로 투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과 상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야기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혼자 장난감을 망가뜨려 놓고도 토끼 인형이 부셨다고 말하는 경우, 이는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려는 거짓이라기보다는 ‘불쾌한 결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감정’과 ‘상상 속 존재를 현실처럼 인식하는 특성’이 결합된 자연스러운 표현일 수 있습니다. 즉, 아이에게는 이것이 거짓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감정 표현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진짜 이유는 자아 보호와 감정 조절의 시도입니다
3세 이전의 아이가 거짓말처럼 보이는 말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자아 보호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다만 혼나고 싶지 않거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말들이 결과적으로 ‘거짓처럼 들리는 표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깨뜨리고 “제가 안 했어요”라고 말할 때, 이는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와, 부모님의 실망이나 화를 피하고 싶은 불안에서 비롯된 반응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거짓말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왜 아이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정서적 배경을 읽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언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일수록, 행동보다 말로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는 아직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거짓말”은 오히려 아이가 감정적으로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려는 초기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3. 아이의 거짓에 대한 부모의 반응은 훈육보다 공감이 먼저입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거짓된 말에 직면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질책이나 훈육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자칫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고 더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왜 거짓말을 했는지, 거짓말하면 나쁜 아이라고 다그칠 경우, 아이는 감정 표현을 숨기거나 두려움을 기반으로 행동하게 되어, 건강한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먼저, 사실 확인보다 감정에 집중하기 입니다.
혹시 혼날까봐 무서웠는지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 처럼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하는 표현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두번째로, 말의 결과를 인지시키기입니다.
실수를 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음엔 엄마에게 바로 말해줘서 같이 해결하자고 하는 것 처럼 사실을 책임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 만들기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도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거짓된 말보다 진실된 표현을 유도하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마무리
3세 이전 아이의 거짓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적 판단에서 비롯된 거짓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발달적 현상입니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그것이 언어 표현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합니다. 이 시기의 거짓은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성과 자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바라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따라서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말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을 읽고, 안정된 애착과 소통의 관계 속에서 아이가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거짓된 말 너머에 있는 아이의 작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육아에서의 진정한 공감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