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발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들
아이의 말이 또래보다 느리다고 느껴질 때, 부모님의 마음은 조바심으로 가득 차기 마련입니다.
왜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는지, 혹시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은 부모로서 당연한 감정이지만, 섣부른 판단보다는 정확한 이해와 관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언어폭발기라고 불리는 시기를 기준으로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맹점이 존재하며, 단순히 말을 늦게 한다고 해서 발달 지연이나 장애로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언어폭발기 이전에 나타날 수 있는 언어 지연의 신호와 그 진짜 원인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말이 느리다는 판단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일반적으로 아이는 생후 12개월 전후로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고,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약 50단어 정도를 구사할 수 있으며, 2세 후반에서 3세 사이에는 단어를 문장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언어폭발기에 진입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기준일 뿐, 모든 아이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 발달은 개인차가 매우 큰 영역이며, 유전적 요인, 기질,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말이 늦은 아이 중 상당수는 일명, 늦게 말하는 아이로 불리며, 특별한 개입 없이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정상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언어발달 상황을 판단할 때, 단순히 단어 수나 문장 사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 이해력, 놀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언어폭발기 이전에 보이는 경고 신호들
언어지연의 원인은 단순히 늦은 말문이 아니라, 다양한 발달 영역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언어지연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눈맞춤이 적거나 반응이 미약한 경우 입니다.
생후 몇 개월부터 아이는 사람의 얼굴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부모와의 눈맞춤을 회피하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적은 경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반이 약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언어는 사회적 의사소통을 통해 발달하는 영역이므로, 이러한 반응이 부족한 아이는 말도 늦게 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모방 행동이 적은 경우 입니다.
아이는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모방하면서 언어를 익혀 갑니다. 양육자가 하는 말을 따라 하지 않거나, 제스처나 표정을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면, 언어 학습에 필요한 기초가 약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놀이 수준이 낮거나 반복적인 놀이에만 집중하는 경우 입니다.
발달적으로 적절한 놀이 수준은 언어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형에게 밥을 먹이거나 병원 놀이를 하는 것 등의 역할놀이는 아이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언어 구조를 확장시키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특정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돌리거나 정렬하는 등의 행동에만 몰두할 경우, 언어 및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언어자극보다 중요한 관계 중심 환경 만들기
많은 부모님들께서 아이가 말을 잘하지 않으면 더 많은 단어를 들려주고, 영상 자료를 활용하거나, 하루에 몇 백 개의 단어를 노출시키는 등의 방법을 시도하시곤 합니다. 물론 언어자극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정서적 관계입니다.
아이는 말을 배우기 이전에 말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먼저 배웁니다. 다시 말해, 부모와의 애착 관계, 안전한 환경, 상호작용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즉각 반응하고, 아이의 표현을 반복하거나 확장시켜주는 방식은 언어 발달에 매우 효과적인 접근입니다.
또한, 부모가 아이의 말을 지나치게 교정하거나 지나치게 기대치를 높이면 오히려 아이는 말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위축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과를 달라고 말했을 때 “사과를 주세요라고 정확히 말해야지”라고 바로잡기보다는, “아~ 사과를 먹고 싶구나, 사과 주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어”라고 부드럽게 확장해주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마무리
아이의 언어는 그저 말을 잘한다는 기술적 능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언어는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핵심적인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말이 늦다는 사실만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아이의 전체적인 발달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아이가 편안하고 즐겁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인내, 그리고 애정 어린 상호작용이야말로 말문을 트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열쇠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