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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만 외치는 아이에게 단호함과 공감 어디까지?

jjmom2 2025. 6. 25. 11:17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감정 중 하나는 바로 무력감입니다. 특히 아이가 자꾸만 싫어라고 말하며 지시나 제안을 거부할 때, 부모로서는 깊은 좌절감과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접근해도 아이가 거부로 반응하고, 끝내 울고 떼를 쓰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대화를 시도하기조차 피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만 2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자기주장기는 아이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발달시키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 표현 방식은 때로 매우 직설적이며, 반복적이고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는 특정한 의도보다는 본인의 감정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며, 그 도구가 아직 미성숙하기에 싫어라는 단어로 모든 감정을 대신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님들은 두 가지 고민 사이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주자니 끝이 없고, 그렇다고 단호하게 훈육하자니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싫어를 외치는 아이 앞에서 부모는 어디까지 공감하고, 어디서부터는 단호함을 보여야 할까요? 감정의 수용과 행동의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이 글의 핵심 주제입니다.

싫어만 외치는 아이에게 단호함과 공감 어디까지?
싫어만 외치는 아이에게 단호함과 공감 어디까지?

 

1. 싫어는 거절이 아니라 자율성의 표현입니다

아이들이 싫어라는 말을 반복하는 현상은 단순히 부모의 요구에 대한 반항이나 문제행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매우 정상적인 발달 징후이며, 특히 만 2세부터 5세까지는 언어, 감정, 인지 영역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면서 자율성과 주도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부모가 권하거나 요구하는 모든 것에 대해 반사적으로 싫어라고 외치는 것은 사실상 아이가 자신의 의지를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탐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싫어는 단순한 부정의 표현이 아니라, 아이의 주체적 사고가 형성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이가 감정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행동의 결과는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밥 먹기, 씻기, 외출 준비 등 일상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아이가 거부 반응을 보일 경우, 부모가 모든 것을 양보하거나 회피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아이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감정의 표현은 수용하되, 일정한 행동 기준은 유지해야 아이가 세상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2. 공감과 단호함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공감과 단호함이 서로 반대 개념이라고 오해하시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태도는 충돌하지 않으며, 오히려 함께 존재할 때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싫어라고 외칠 때, 부모가 그 감정을 우선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구나 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의 수용과 행동의 허용은 다릅니다.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되,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안내하고 일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단호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소리의 크기나 강압이 아니라, 말과 행동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입니다. 오늘은 허용했던 것을 다음 날 갑자기 금지하는 식의 일관되지 않은 반응은 아이에게 혼란을 주고, 결국 부모의 말에 신뢰를 두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감은 아이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정서적 도구이고, 단호함은 아이가 사회적 규칙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게 하는 행동적 장치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3. 행동에는 한계가 필요하고, 감정에는 통로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싫어가 계속될 때 부모가 가장 조심해야 할 반응 중 하나는 바로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떼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아직 감정을 말로 충분히 설명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격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아이를 다그치거나 감정을 무시하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게 되고, 결국 공격적 행동이나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되,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에는 명확한 한계를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요구하며 길에서 소리를 지를 때, 감정은 공감해주되 행동은 제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 지르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식으로요.

또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를 제공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 카드를 활용하거나, 아이와 함께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방식은 감정 표현의 건강한 루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감정은 흘러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고, 행동은 부딪히지 않도록 울타리를 세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아이의 싫어는 성장의 일부이며, 아이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경계를 실험해보는 과정입니다. 부모는 이 과정을 단순히 고집으로 보지 말고, 아이가 자율성과 감정을 탐색하는 중요한 시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공감과 단호함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양날개와 같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들여주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일이며, 행동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아이가 사회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울타리를 세워주는 일입니다.

부모님의 말 한마디, 반응 하나가 아이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 됩니다. 그 창이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빛을 비추는 창이 될 수 있도록,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부모 자신의 감정도 돌보는 여유를 함께 가져보시기를 바랍니다.